우리들의 식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도마와 칼이다.
그 중에서 도마의 위생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그렇다면 위생적인 식생활을 영위하려면 어떤 도마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도마는 그 재질에 따라서 나무도마, 플라스틱도마, 유리도마, 그 외에 세라믹도마도 시판되고 있다. 재질에 따른 장단점을 먼저 살펴보면, 나무도마는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어온 우리에게 친근한 소재이며 나무의 탄력성이 칼의 충격을 흡수하여 손목을 보호한다. 그러나 칼질을 하면서 생긴 나무부스러기가 음식과 섞일 확률이 높고 오래 사용한 도마는 틈이 생겨 이물질이 끼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음식물의 냄새와 얼룩이 생기기 쉽다. 오래 사용하면 뒤틀림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유리도마는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칼질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 위생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나무도마와 반대로 칼질을 할 때 충격을 흡수하지 않아 손목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칼날이 쉽게 망가지며 소음과 미끄러지는 단점이 있다.

요즘 보편화 되어 있는 플라스틱도마는 칼질의 충격을 흡수하며 건조시간이 짧아 비교적 위생적이다. 그러나 냄새와 얼룩이 생기기 쉽고 칼질할 때 생긴 흠집에 이물질이 끼기 쉽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나무도마보다는 플라스틱도마가 더 위생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Wisconsin(Madison) 대학의 두 과학자 클리버(Dean Cliver)와 애크(Nese Ak)는 목재 도마가 병원균에 의한 오염을 예방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이들은 아홉 종류의 나무와 네 종류의 플라스틱, 그리고 고무로 된 도마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나무가 언제나 가장 위생적임을 발견 했다．

이들은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등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도마 표면에 뿌리고 3분간 방치한 결과 플라스틱이나 고무 위의 박테리아 수는 증가하는 반면, 나무 위의 박테리아 수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실온에서 하룻밤을 지내자 플라스틱과 고무 도마의 박테리아는 여러 배로 불어났으나 나무 도마에서는 박테리아가 깨끗하게 없어져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면 나무도마가 플라스틱도마보다 더 위생적인가?
도마의 위생은 그 재질에 따라서가 아니라 세척과 살균, 사용법과 보관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식품위생상의 규칙은 “서로묻음(cross-contamination, 교차오염)” 방지이다. 날 소고기, 돼지고기를 자르는데 사용한 도마는 올바른 세척과정을 거친 후 조리된 고기를 자르는데 사용해야 한다. 날고기의 육즙에는 병균이 존재할 수 있다. 육즙에 오염된 도마를 통하여 조리된 고기로 병균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마를 세척하고 소독한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서울의 주방에는 “서로묻음” 방지를 위해 아예 다섯 가지 색의 도마와 칼을 사용하고 있다. 야채는 초록색 도마와 칼, 생선은 파란색, 육류는 빨간색, 돼지고기와 가금류는 노란색, 즉석식품은 흰색으로 구분하여 사용함으로써 좋은 본보기를 제공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색의 도마를 사용하는 이유는 식품간의 미생물 전파를 막기 위함인데 같은 색의 도마를 사용할 때라도 날 음식과 조리된 음식간의 미생물 전파를 막아야 한다.

도마의 올바른 세척과 소독방법은
① 40~50℃정도의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잘 씻는다.
② 40~50℃의 흐르는 물로 세제를 씻어 낸다.
[일반 가정에서는 칼이나 도마를 위와 같이 세척하면 위생적인 세척법이라 할 수 있다.]

③ 약품소독은 먼저 도마, 칼을 세제로 세척하고 헹군 후 약 130ppm의 염소희석수에
약 5분간 담가 두거나, 스프레이에 담아 뿌린 후 약 5분간 방치한다. 수돗물로 씻어낼
필요는 없다.
[주의: 락스의 원액은 강 산화제로써 위험하므로 고무장갑을 끼고 다룬다.]

④ 열탕 소독 : 100℃에서 5분 이상 소독한다.
⑤ 자외선 소독 : 자외선 소독고 30~60분간 소독한다.
⑥ 소독 후 청결하게 보관한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도마의 재질에 따라 식품위생을 논할 것이 아니라, 도마의 세척, 살균, 사용법, 보관법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임선 기자

링크주소 : http://www.hantol.org/news/service/article/messprint.asp?P_Index=21